교외로 나가던 참에 잠시 차를 길옆에 안전하게 세우고 주변 농경지를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정리된 밭에는 고구마와 고추가 가지런히 자라고 있었다. 어떤 농부가 가꾸는 밭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밭고랑과 작물의 상태만 보아도 얼마나 부지런하고 성실한 손길이 닿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깔끔하게 가꾸어진 밭을 보고 있노라니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듯했다.
나는 예언가는 아니지만, 몇 달 뒤 이 밭에서 튼실한 고구마가 땅속에 가득 여물고, 붉은 고추가 탐스럽게 열릴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은 우연히 이루어질 결과가 아니다. 농부의 수고와 땅의 힘, 적절한 양분과 수분, 그리고 충분한 햇볕이 어우러질 때 가능한 결실이다. 자연은 정직하다. 심고 가꾸고 돌본 만큼 때가 되면 열매로 응답한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준다고 해도 반드시 해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식물이 스스로 해내야 하는 광합성이다. 햇빛과 공기, 물이 아무리 풍성해도 식물 자신이 그 조건을 받아들여 생명의 에너지로 바꾸지 않으면 결실은 이루어질 수가 없다. 환경은 바깥에서 주어지지만, 성장은 결국 안에서 이루어지는 법이다.
사람의 삶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때로 좋은 환경과 기회를 바라며 살아간다. 물론, 그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해도, 스스로 그 환경과 호흡하며 자신의 삶을 일구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풍요로운 열매를 맺기는 어렵다. 삶에서도 광합성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 주어진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성장과 성숙의 에너지로 바꾸어 가는 내면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잘 가꾸어진 밭은 단지 농작물만 자라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고와 기다림, 그리고 스스로 자라려는 생명의 원리가 함께 어우러진 배움의 현장이었다. 고구마와 고추가 자라는 밭을 보며, 결국 우리 삶도 끊임없이 영감을 받아들이고, 사고하며, 지혜로운 판단을 함으로써 자신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래야만 우리의 삶에도 풍요롭고 따뜻한 결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