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재단(이사장 장필화)은 지난 6월 30일 유한킴벌리의 후원으로 성공회대학교,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함께 20년간 지속해 온 유한킴벌리 여성 NGO 장학사업 20주년 기념행사를 성공회대학교 이천환기념관 존데일리홀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유한킴벌리 여성 NGO 장학사업은 여성, 노동, 인권, 환경 등 다양한 시민사회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성 활동가들의 리더십 역량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여성 공익활동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전문 장학 지원 프로그램으로 2007년 시작된 이래 20년 동안 이어져 왔다.
이번 행사는 여성 시민사회 운동 현장에서 헌신해 온 활동가들과 장학사업의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고 성과를 함께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역대 장학생들과 올해 선발된 제20기 장학생, 그리고 사업 관계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장학사업은 흔히 개인의 배움을 돕는 제도로 이해된다. 등록금을 지원하고, 학업의 기회를 넓히며, 한 사람의 미래를 응원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어떤 장학은 한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의 미래를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유한킴벌리 여성 NGO 장학사업이 지난 20년 동안 해 온 일이 바로 그러했다. 이 장학사업은 단순히 누군가의 학비를 돕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여성, 노동, 인권, 환경 등 시민사회 현장에서 이미 치열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 활동가들이 더 깊이 배우고, 더 넓게 연결되며, 더 오래 지속 가능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왔다.
한국여성재단이 6월 30일 개최한 유한킴벌리 여성 NGO 장학사업 20주년 기념식은 그래서 한 사업의 기념행사이자, 우리 사회가 어떤 리더를 길러 왔고 앞으로 어떤 시민사회를 준비해야 하는지를 되묻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번 20주년이 갖는 의미는 단순히 “오래 지속된 사업”이라는 사실에 있지 않다. 시민사회 영역에서, 그것도 여성 공익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전문 장학 지원이 20년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고도 상징적이다.
시민사회 활동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필수적이지만, 정작 그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 개인의 학습과 성장, 재충전과 전문성 향상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기 쉽다. 지금의 현안 대응과 실무에 쫓겨 깊이 공부할 기회를 잃거나, 더 배우고 싶어도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 장학사업은 ‘현장 활동가도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운동의 지속 가능성은 사람의 성장을 통해서만 확보된다’라는 매우 근본적인 질문에 20년간 실질적인 답을 내놓아 온 셈이다.
행사 1부 기념식은 20년 역사의 성과를 돌아보는 기념 영상 상영과 함께 한국여성재단 장필화 이사장과 성공회대학교 김경문 총장의 환영사, 그리고 유한킴벌리 이제훈 대표이사, 한국여성단체연합 양이현경 상임대표, 남인순 국회부의장,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축사로 진행됐다.
이어 2부에서는 선후배 활동가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지속 가능한 시민사회를 위한 연대를 다지는 토크콘서트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이 구성은 이 장학사업의 성격을 잘 보여 준다. 한 사람의 학업 지원만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잇고, 현장과 이론을 연결하며, 시민사회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다.
특히, 선후배 활동가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토크콘서트는 장학사업이 단지 졸업장 취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네트워크와 공동체를 형성해 왔다는 것을 보여 준다. 좋은 장학은 돈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고, 배움의 경험을 사회적 자산으로 확장할 때 비로소 그 힘이 세진다.
유한킴벌리 이제훈 대표이사는 축사에서 “시민사회 일선에서 묵묵히 변화를 이끌어온 여성 활동가들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가 더욱 평등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라며, “지난 20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차세대 여성 리더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파트너로서 장학 지원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회공헌이 단발성 기부나 이미지 제고에 머무르면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한 분야의 인재를 장기적으로 키우고, 그들이 현장에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지식과 네트워크의 기반을 제공하는 지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가치를 만든다.
유한킴벌리 여성 NGO 장학사업은 이런 점에서 기업 후원이 어떻게 시민사회의 역량 강화와 구조적 변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한국여성재단은 이 과정이 단순한 학비 지원을 넘어 현장의 실천 지성을 완성하는 여성 리더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성공회대학교 대학원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기후위기, 젠더 갈등 등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대응하는 차세대 활동가 육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활동은 이론만으로도, 실무 경험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현장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면서도 그것을 구조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하고, 가치와 대안을 동시에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장학사업은 활동가들이 현장의 언어를 학문의 언어와 연결하고, 다시 그 배움을 사회적 실천으로 환원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대학원 장학 지원을 넘어, 운동의 지적 기반을 강화하는 일과도 연결된다.
유한킴벌리 여성NGO 장학사업을 통해 운영되는 ‘미래여성NGO리더십과정’은 매년 선발된 여성 활동가들에게 성공회대학교 시민평화대학원 실천여성학전공 석사과정 장학금을 전 학기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통해 여성주의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데 이바지해 왔다. 지난 20년간 195명의 장학생이 선정돼 석사과정을 마쳤고, 이들은 사회 곳곳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195명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그 숫자 안에는 여성, 노동, 인권, 환경, 지역공동체 등 여러 현장에서 고군분투해 온 사람들의 시간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현장의 실무자에서 정책 제안자로 성장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지역 운동의 리더가 되었을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후배 활동가를 길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 장학사업의 성과는 한 해 몇 명을 지원했는가보다, 이렇게 길러진 사람들이 다시 사회 속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 냈는가에서 읽어야 한다.
한국여성재단은 1999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민간공익재단으로, ‘딸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슬로건 아래 여성 인권이 보장되고 호혜와 돌봄이 실현되는 성평등사회를 지향해 왔다.
성평등 문화 확산, 여성 인권 보장, 여성 임파워먼트, 다양성 존중, 돌봄 사회 지원 등 여러 영역에서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20주년 행사는 바로 그런 재단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여성 활동가를 지원하는 일은 단지 몇몇 개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더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루는 기반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시민사회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기후위기와 젠더 갈등, 돌봄 위기와 노동의 불안정, 혐오와 배제의 확산 속에서 현장의 활동가는 더 복잡한 문제를 더 깊이 다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운동의 지속 가능성은 사람의 헌신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공부할 기회, 사유할 시간, 연결될 네트워크, 성장의 사다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 유한킴벌리 여성NGO 장학사업 20년은 바로 그 사실을 증명해 온 시간이었다.
이번 기념식은 한 장학사업의 축하 자리를 넘어, 시민사회의 미래는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오래된 진실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변화는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현장에서 묵묵히 버티는 사람, 더 배우고 더 깊이 고민하려는 사람, 자신의 성장을 다시 공동체의 성장으로 돌려주는 사람을 꾸준히 길러낼 때 사회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20년 동안 이어진 이 장학의 시간은 그래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떤 리더를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그 리더를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의미 있는 실천의 기록이다.
